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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화음(Borrowed Chord) │ 모드 전환의 묘미
차용화음은 평행조나 모드에서 화음을 빌려와 조성의 경계를 넘는 기법입니다. 한순간의 전환으로 곡의 감정을 깊게 확장하며,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음악적 색채를 만들어냅니다.

서론 │ 같은 조성 안에 숨은 또 다른 세계
한 곡 안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며 새로운 감정이 피어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의 비밀은 종종 차용화음(Borrowed Chord)에 있습니다. 차용화음은 현재의 조성에서 벗어나, 평행조(parallel key) 혹은 모드(modal)에서 일시적으로 빌려온 화음을 의미합니다. 이 작은 변화는 음악에 예상치 못한 여운을 더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진행에 풍부한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C장조 곡에서突如 A♭maj7이 등장할 때, 이 화음은 C단조의 IV 화음을 ‘차용’ 한 것입니다. 이처럼 차용화음은 작곡가가 청자의 귀를 ‘다른 조성의 색깔’로 잠시 끌어들이는 섬세한 장치입니다.
차용화음의 기본 개념 │ 평행조에서 빌려오기
차용화음은 기본적으로 평행조(Parallel Key)에서 화음을 빌려오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C장조의 평행조는 C단조입니다. 따라서 C장조에서 C단조의 화음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면 그것이 차용화음이 됩니다. 이 방법을 통해 단조의 어두운 색감, 장조의 밝은 톤을 교차시키며 감정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C장조 → A♭maj7 (C단조의 ♭VI 차용)
- C장조 → Fm (C단조의 iv 차용)
- C장조 → D♭maj7 (C단조의 ♭II 차용, 즉 네아폴리탄 화음)
이렇게 빌려온 화음은 짧은 전환의 순간에 곡의 감정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즉, 조성을 유지하면서도 ‘모드 전환’이 일어난 듯한 효과를 주는 것이죠.
차용화음의 종류 │ 감정의 방향에 따른 세 가지
차용화음은 빌려오는 조성과 용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뉩니다. 하지만 감정적 효과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 부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밝은 조성에서 어두운 색을 빌려오는 경우
예: C장조 → A♭maj7(♭VI), Fm(iv), D♭maj7(♭II)
이 경우는 감정의 깊이와 여운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밝은 곡에 잠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한 순간, 차용화음은 듣는 이에게 ‘성숙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② 어두운 조성에서 밝은 색을 빌려오는 경우
예: C단조 → Fmaj7(IV), Gmaj7(V)
단조 곡에서 장조 화음을 차용하면 순간적으로 희망, 회복, 따뜻함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영화음악이나 발라드 후렴부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③ 모드 간 교차 차용
예: 도리안(Dorian) ↔ 아이오니안(Ionian) 간 전환
즉, 스케일 단위에서 음을 빌려오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는 모드 믹싱(Modal Mixture)이라고도 하며, 재즈나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대표적 차용화음 예시 │ ♭VI, ♭VII, ♭III의 매력
가장 자주 사용되는 차용화음은 ♭VI, ♭VII, ♭III 세 가지입니다.
- ♭VI (A♭maj7 in C major) – 따뜻하고 안정된 여운을 주는 화음. 곡 후반부나 브리지에서 자주 등장.
- ♭VII (B♭maj7 in C major) – 팝/록 음악에서 강한 에너지의 전환을 만들어냄. 대표적으로 Beatles의 ‘Hey Jude’.
- ♭III (E♭maj7 in C major) – 밝은 곡에 깊은 감정을 섞을 때 사용. John Mayer의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등에서 확인 가능.
이 세 화음은 특히 톤 중심을 약하게 흔들면서도 조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절묘한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모달 인터체인지(Modal Interchange) │ 차용화음의 확장 개념
모달 인터체인지는 특정 모드의 음계를 잠시 빌려오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C 아이오니 안(장조) 곡에 C 도리안, C 프리지안의 음을 잠시 섞어 사용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현대적인 차용화음의 확장 버전입니다.
예시:
- C 장조에서 E♭maj7 사용 → 프리지안(Phrygian) 차용
- C 장조에서 Fm7 사용 → 도리안(Dorian) 차용
- C 장조에서 D♭maj7 사용 → 네아폴리탄(Neapolitan) 느낌
이런 모드 기반 차용은 단순한 조성 변화 이상의 색채를 줍니다. 즉, 차용화음은 ‘감정의 팔레트’를 확장하는 예술적 도구입니다.
차용화음과 대리화음의 차이 │ 같은 듯 다른 접근
차용화음과 대리화음은 모두 원래 조성 밖의 음을 사용하지만, 원리가 다릅니다.
- 대리화음은 같은 기능을 가진 다른 화음으로 바꾸는 것 (예: G7 → D♭7)
- 차용화음은 평행조나 모드에서 새로운 화음을 빌려오는 것 (예: C → A♭maj7)
즉, 대리화음은 기능 유지를, 차용화음은 색채 변화를 추구합니다. 두 기법은 함께 사용되면 매우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G7을 D♭7로 바꾸고, 그 위에 C단조의 음색을 입히면 재즈적인 감정이 배가됩니다.
실제 예시 │ 팝·가요 속의 차용화음
차용화음은 팝 음악 전반에서 매우 흔히 사용됩니다.
- Coldplay – The Scientist: C장조 안에서 A♭, B♭이 차용되어 서정적인 여운 형성
- 아이유 – 밤편지: G장조에서 E♭maj7 차용으로 따뜻한 감정 확장
- Queen – Bohemian Rhapsody: 끊임없는 모드 전환으로 감정의 롤러코스터 구성
이처럼 차용화음은 장르를 불문하고 감정의 다양성을 창조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작곡가들이 ‘같은 코드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테크닉이 바로 이것입니다.
결론 │ 차용화음은 색채의 언어
차용화음은 음악의 조성적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감정의 폭을 넓히는 도구입니다. 평행조나 모드에서 빌려온 한두 개의 화음만으로도 곡의 정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밝음 속의 어두움, 슬픔 속의 희망—이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순간, 음악은 더 깊은 울림을 갖게 됩니다.
즉, 차용화음은 단순한 ‘조성 외 화음’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를 확장하는 예술적 장치입니다. 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면, 작곡과 편곡의 표현력이 한 단계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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