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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덴차(Cadence)란 무엇인가 │ 곡의 마침법 분석
카덴차(Cadence)는 곡의 마침을 결정하는 화성 진행입니다. 정격·플라갈·변격·도피 종지의 차이와 활용을 예시로 분석해 구조적 듣기를 돕습니다.
서론 │ 음악이 ‘끝났다’고 느끼는 순간의 비밀
우리가 어떤 노래를 들을 때 ‘이제 곡이 끝났구나’ 혹은 ‘다음 구절이 오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감정의 중심에는 바로 카덴차(Cadence, 종지)가 있습니다. 카덴차는 음악의 문장 부호처럼, 곡의 흐름을 멈추거나 계속 이끌어가는 화성적 장치입니다. 즉, 문장에서 마침표·쉼표·물음표가 있는 것처럼, 음악에도 마침의 문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카덴차의 정의와 종류, 각 종지가 주는 감정의 차이, 그리고 실제 곡 속에서의 활용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카덴차의 기본 개념 │ 화성의 ‘마침표’
카덴차(Cadence)란 곡이나 악구가 끝날 때, 혹은 구절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화음의 종결 패턴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화음의 나열이 아니라,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완성시키는 장치입니다. 즉, 화성 진행이 한 단락을 마무리하거나 다음 구절로 넘어가는 것을 청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구두점’입니다.
모든 음악은 이 카덴차를 통해 구조적 질서를 갖게 됩니다. 카덴차가 없다면 곡은 계속해서 이어지기만 하고, 청자는 방향성을 잃게 되겠죠. 따라서 카덴차는 단순히 ‘끝’이 아니라, 음악의 문장 구조를 만들어주는 핵심 원리입니다.
정격 종지(Authentic Cadence) │ 가장 강력한 마침표
가장 전형적인 카덴차는 정격 종지(Authentic Cadence)입니다. 이는 V → I (혹은 V7 → I) 진행으로 구성되며, 가장 완전하고 안정된 마침을 만듭니다.
- 완전 정격 종지(Perfect Authentic Cadence): V → I 진행이며, 양쪽 모두 루트 포지션(root position)이고, 멜로디의 최상성부가 으뜸음(I의 근음)으로 끝나는 경우. 예: G7 → C
- 불완전 정격 종지(Imperfect Authentic Cadence): V → I이지만, 루트가 아니거나 멜로디가 다른 음으로 끝날 때. 감정적으로 ‘약한 완성’ 혹은 ‘열린 마침’의 느낌을 줍니다.
정격 종지는 클래식에서 곡을 마무리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종지입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의 교향곡 엔딩은 거의 모두 정격 종지로 마무리됩니다.
플라갈 종지(Plagal Cadence) │ ‘아멘 종지’의 따뜻함
플라갈 종지는 IV → I의 진행으로, ‘아멘 종지(Amen Cadence)’라고도 불립니다. 교회 음악이나 찬송가의 마지막 화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종지입니다.
예를 들어 C장조에서는 F → C가 됩니다. 정격 종지가 명확한 ‘끝남’을 표현한다면, 플라갈 종지는 ‘감정적 수긍’ 혹은 ‘평화로운 마무리’를 표현합니다. 현대 팝 발라드나 가요의 엔딩에서도 IV–I 패턴이 자주 사용됩니다. 예: 나얼 같은 시간 속의 너, 이소라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변격 종지(Half Cadence) │ ‘계속될 것 같은’ 여운
변격 종지(Half Cadence)는 진행이 V에서 끝나는 종지입니다. 예: I–IV–V. 이 종지는 끝나지 않은 긴장을 남기며, 다음 구절로 이어질 기대감을 줍니다. 즉, 문장으로 치면 쉼표나 물음표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팝과 가요에서는 후렴 전에 분위기를 끌어올릴 때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후렴 직전 긴장감”을 주는 부분에서 V로 마무리하면, 청자는 자연스럽게 다음 부분을 기다리게 됩니다. 이는 작곡에서 클라이맥스를 유도하는 핵심 기법으로 활용됩니다.
도피 종지(Deceptive Cadence) │ 예상을 깨는 반전의 미학
도피 종지는 청자가 예상하는 해결(V → I)을 다른 화음으로 바꿔버리는 진행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V → vi (또는 V → ♭VI)입니다.
이 종지는 ‘끝날 것 같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즉, 음악적 서사에서 반전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팝과 발라드에서는 감정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 이 종지를 자주 사용합니다.
예:
- The Beatles – Yesterday (V → vi)
- 조용필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G7 → Am)
이 종지는 마치 “이제 끝났어”라는 말 뒤에 “아직은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듯한 여운을 줍니다.
불완전 종지(Imperfect or Interrupted Cadence) │ 열린 결말의 여운
도피 종지보다 더 부드럽게, 때로는 감정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멈추지 않는 형태의 종지를 말합니다. 주로 ii–V, IV–V와 같이 끝나지 않은 흐름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때 작곡가는 곡을 완전히 닫지 않고, ‘열린 감정선’을 유지합니다.
이런 형태는 현대 영화음악이나 재즈에서 자주 사용되며, 청자에게 ‘다음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여백’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Bill Evans의 Peace Piece는 명확한 종지가 없이 계속 흐르며, 그 자체가 감정의 여운을 만들어냅니다.
장르별 카덴차 활용 │ 클래식 vs 팝 vs 재즈
같은 종지라도 장르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 클래식: 정격 종지가 중심, V7–I 종결이 가장 강력
- 팝/가요: 플라갈·도피 종지를 통한 감정적 여운 강조
- 재즈: ii–V–I의 순환형 종지, 명확하지 않은 ‘부드러운 해결’
특히 재즈에서는 완전한 마침보다 끝나지 않는 흐름을 선호합니다. 이는 감정을 닫지 않고, 즉흥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철학적 표현입니다.
작곡 실전 │ 종지를 통한 구조 설계
작곡이나 편곡에서 카덴차는 단순한 엔딩이 아니라, 곡의 구조를 설계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 Verse 마지막 → Half Cadence (다음으로 이어짐)
- Chorus 마지막 → Authentic Cadence (강한 완결)
- Bridge → Deceptive Cadence (감정 반전)
- Ending → Plagal Cadence (따뜻한 여운)
이렇게 구간별로 종지를 다르게 설계하면, 곡 전체가 더 입체적이고 서사적으로 들립니다.
결론 │ 카덴차는 음악의 문장 부호
카덴차는 단순한 ‘마지막 코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음악의 문장 부호이자, 감정의 문을 닫거나 여는 장치입니다. 정격 종지는 완전한 끝, 플라갈은 따뜻한 수긍, 도피 종지는 여운, 변격 종지는 기대— 이 모든 것이 곡의 서사를 완성시킵니다.
즉, 카덴차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듣는 사람’에서 ‘음악의 구조를 읽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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