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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무조(Atonality) 이해하기 │ 쇤베르크 12음기법

현대음악은 전통적인 조성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음향 조직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쇤베르크의 무조 음악과 12음기법이 있으며, 이는 서양음악의 작곡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무조 음악의 개념과 12음기법의 구조, 그리고 현대음악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1. 무조(Atonality)의 개념과 전통 조성 체계의 한계
무조 음악은 특정한 중심음(tonic)을 두지 않으며, 전통적 장조·단조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음향의 논리를 추구합니다. 조성이 약화되면서 음악은 색채·공간·구조 중심으로 변화합니다.
서양음악은 수백 년 동안 장조·단조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 후기로 갈수록 작곡가들은 조성 중심이 만들어내는 한계, 즉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화성 진행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반음계적 진행이 극단적으로 사용되며 조성 자체가 약해지자, **특정 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 언어는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것이 **무조(Atonality)**입니다. 무조 음악은 더 이상 특정 음을 중심으로 삼지 않으며, 모든 음을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봅니다. 중심음이 사라지면 기존 화성의 긴장–해소 구조도 자연스럽게 소멸하게 되고, 음악은 새로운 조직 원리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2. 쇤베르크와 제2빈 학파의 등장
쇤베르크와 그의 제자 베베른·베르크는 무조 음악의 이론적 기반을 구축하며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조성의 해체에서 나아가 구조적 통일성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작곡법을 모색했습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는 무조 음악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는 기존 조성주의가 더 이상 진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전통적 화성 질서를 벗어난 새로운 음악적 사고를 시도했습니다.
쇤베르크의 제자였던 **알반 베르크(Alban Berg)**와 **안톤 베베른(Anton Webern)**은 이러한 혁신을 계승하며 ‘제2빈 학파(Second Viennese School)’로 불리는 독자적 음악 흐름을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조성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성과 무관한 새로운 조직 원리**를 찾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12음기법(十二音技法, Twelve-tone Technique)**입니다.
3. 12음기법의 기본 원리 │ 음 고유의 독립성과 질서 부여
12음기법은 한 옥타브의 12개 음을 모두 한 번씩 사용하여 음렬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곡 전체를 통일적으로 구성하는 작곡 기법입니다. 모든 음을 동등하게 다루는 것이 핵심입니다.
12음기법은 **크로마틱 스케일의 12음**을 모두 한 번씩 사용하여 하나의 **음렬(Row, 또는 Series)**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 음렬은 곡의 뼈대가 되며, 작곡가는 이 음렬을 변형·전개하여 음악을 구성합니다.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12개의 음을 모두 사용한 후에야 다시 사용 가능** — 특정 음을 반복해 중심음처럼 들리지 않도록 차단 ■ **음렬(Row)이 곡 전체의 기반** — 선율·화성 기능 모두 음렬에서 파생 ■ **조성적 관계가 아니라 음 간의 순서가 중요** ■ **일정한 규칙 아래에서 자유로운 변형 가능**
이러한 규칙을 통해 쇤베르크는 조성이 없는 음악에서도 **구조적 유기성**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4. 음렬(Row)의 네 가지 변형 방식 │ 원형·전위·역행·전위역행
12음기법은 음렬을 네 가지 방식으로 변형하여 곡 전체를 구성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구조적 변주와 통일성을 동시에 확보합니다.
12음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렬의 조직적 변형**입니다. 기본 음렬(Prime Form)을 시작으로 다음 네 가지 형태가 사용됩니다.
① 원형(Prime, P)
설정된 음렬을 그대로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곡의 출발점이 됩니다.
② 전위(Inversion, I)
음렬의 각 음 간 간격을 반대로 뒤집어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원형에서 +3도가 있었다면 전위에서는 -3도로 이동합니다.
③ 역행(Retrograde, R)
음렬의 순서를 거꾸로 배열한 형태입니다. 끝에서부터 앞쪽으로 진행합니다.
④ 전위역행(Retrograde-Inversion, RI)
전위형을 거꾸로 배열한 형태로, 네 가지 중 가장 복합적 변형입니다.
네 가지 형태의 음렬은 다양한 조합으로 확장되어 곡 전체를 구성하며, **조성이 없더라도 구조적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5. 12음기법이 만들어내는 음향적 특징과 감상 포인트
12음기법은 전통적 조성 감각이 사라진 대신 음 간의 긴밀한 조직과 독특한 음향이 형성되며, 청자에게 새로운 감상 방식을 요구합니다.
12음기법 음악은 조성과 무관하게 조직되기 때문에 기존 음악에서 느껴지는 안정적 종지나 주제의 귀환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음향적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 **명확한 조성 중심 부재** ■ **선율보다 음 간 간격·순서 중심의 구조** ■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음향적 흐름** ■ **음렬 간 변형이 만드는 통일성** ■ **전위·역행으로 인한 비대칭적 선율선**
감상할 때는 “기능화성적 흐름”을 찾기보다 음렬이 어떻게 변형되고, 어떤 방식으로 재등장하는지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회화에서 구도·구조를 감상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6. 무조 음악과 12음기법이 현대음악에 남긴 영향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은 20세기 음악 전반에 강한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총렬기법·전자음악·현대 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었습니다.
12음기법은 현대음악의 방향성을 크게 바꾼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이후 장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었습니다.
■ **총렬기법(Total Serialism)** — 음정뿐 아니라 길이·강약·음색까지 숫자로 조직 ■ **전자음악(Electronic Music)** — 음렬적 사고를 소리 디자인에 적용 ■ **현대 재즈** — 모달 재즈와 프리 재즈에서 반조성적 사고 활용 ■ **영화음악** — 불안·공포·미스터리 장면에서 무조적 음향 사용
특히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같은 작곡가들은 12음적 사고를 더욱 확장해 현대음악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이로써 12음기법은 단순한 작곡법이 아니라, **20세기 음악 언어의 근본적 변화를 이끈 혁신적 체계**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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